1 장
그날, 나는 죽었다.
축축하고 어두운 골목 한가운데에서.
내 영혼은 피투성이가 된 몸을 천천히 빠져나와, 바닥에 널브러진 나 자신을 멍하니 내려다봤다.
조금 전까지 느꼈던 공포와 고통이 아직도 선명했다.
반쯤 깨진 휴대폰 화면에는 악플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.
무심코 화면을 내려보던 나는 한 이름 앞에서 손을 멈췄다.
임안나.
[지금쯤 어두운 골목에서 살려 달라고 울고 있겠네? 진짜 재수 없어.]
[애초에 널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, 누가 현우 오빠가 내 앞에서 네 얘기를 하래? 네가 먼저 꼬신 거잖아. 너 같은 애는 그냥 거기서 썩어도 돼.]
[…]
읽고 또 읽어도 기분 나쁜 말들이었다.
하지만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.
이미 모든 감정이 닳아버린 뒤였으니까.
휴대폰 배터리는 5퍼센트 밖에 남지 않았다.
벨소리는 끊임없이 울려댔다.
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내 시신을 살펴보려던 순간이었다.
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.
눈앞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.
익숙한 집.
아니.
정확히는 임안나의 집이었다.
“임수아, 대체 어디 있는 거야?”
“왜 전화를 안 받아?”
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.
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.
내 오빠, 임준혁.
늘 냉정하기만 하던 그의 얼굴에는 드물게 초조함이 어려 있었다.
잠시 눈길이 머물렀다.
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.
“우리가 안나랑 현우를 결혼시키는 게 싫어서 또 이러는 거겠지.”
엄마가 소파에 앉은 채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.
“정말 키워 놓으면 뭐 해. 볼 때마다 속만 썩인다니까.”
그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.
예전에는 아니었다.
엄마는 나를 저런 눈으로 보지 않았다.
하지만 지금 그녀의 시선에는 실망과 혐오만이 남아 있었다.
임준혁도 한숨을 내쉬었다.
“일부러 안 받는 거겠죠.”
“축하도 안 해주고.”
“어쩜 성격이 저렇게 꼬였는지 모르겠네.”
걱정과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였다.
하지만 결국 그 말 역시 나를 탓하는 것뿐이었다.
“그만해.”
그때 아빠가 입을 열었다.
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.
나는 잠시 기대했다.
혹시라도 내 걱정을 해줄까 하고.
하지만 역시 아니었다.
“투정 부리는 거면 부리게 둬.”
“그래도 안나 결혼식에는 반드시 와야 한다.”
“사람을 보내서라도 데려와.”
차가운 목소리였다.
그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.
임안나의 결혼식이었다.
내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.
